회원과 제자

by KAM on May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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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본부(合気会, AIKIKAI)에서 인정하는 合気道(Aikido, 이하 합기도) 사범이 몇 해 전만 해도 한국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사범 자격을 받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를 지도한 원로 사범의 추천이 없으면 받을 수 없다. 한국의 군소 무술 단체에서 발행하던 「사범자격증」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한국에서 사범은 나이 어린 저임금 비정규직 보조 지도자로 여기지만, 일본을 비롯한 해외의 명망있는 무술계에서 사범(師範, 시한)은 그 위상이 다르다. 요식행위에 의한 자격증 발급이 아니고,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중견 지도자에게 주어지는 명예로운 호칭이다.

 

영리 추구를 우선으로 해서 단체와 도장을 꾸려간다면, 짧은 시간에 간단하게 사범자격증을 주고 받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단체는 자격증 발급이 주요한 수입원이 되고, 받는 사람도 시간이나 기타 노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아서 좋다. 그러나 사범자격증이 남발되면 생계형 도장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무도의 질은 형편없이 추락한다.


단체는 사범들에게 거리낌없이 회원 모으는 마케팅을 집중해서 가르친다. 도장은 아무나 차릴 수 있지만 사범은 아무나 쉽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범이 되기 위해서 가장 신경써야 하는 것은 스승과 제자의 신뢰다. 굳이 군사부일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학계와 마찬가지로 무도계에도 신뢰가 있어야 한다. 고단자가 되면 자동적으로 사범이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승은 신뢰감이 없는 사람을 사범으로 추천하지 않고, 단체는 추천을 얻지 못하는 자에게 자격증을 주지 않는다. ​수련기간은 물론, 지도자로서 경력과 향후 계획도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승과 제자의 신뢰다. 무도가 그 자체의 인성교육과 오랜수련으로 쌓은 깊이에 집중하지 않고 당장 흥미를 일으킬만한 화려한 잔재주에 몰입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무도를 바라보는 성인들의 관심이 가벼워질 수 밖에 없다.

 

작금의 무도 교육기관에 대한 성인들의 시선은 아이들이나 하는 운동이며, 탁아소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 현실이다. 도장이 생계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되면 올바른 무도문화가 형성되기 어렵다. 단체는 단증과 사범자격증을 남발하게 되고 회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방법만 발전하게 된다.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가르침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기술이 어떻게 변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처음 도장에 입문한 사람을 제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냥 회원(수련생)이다. 선생은 회원에게 친절하고 안전하게 가르치면서 회원이 만족할 수 있게 노력한다. 회원은 여러가지 이유로 아무 거리낌없이 관계를 끝내곤 한다. 그만두는 회원 중에서는 선생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친절이 못마땅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선생은 회원에게 가르친다기 보다는 안내한다가 현실적으로 더 가까운 표현이다. 합기도 정신과 기술에 대해서 이해시키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때는 회원이 고객과 같으므로 선생은 친절해야 한다. 그러한 관계가 오래 지속되면 신뢰가 형성되는 인간관계가 만들어지면서 스승과 제자로 발전한다. 이때부터 서로의 견해 차이가 발생하곤 한다.


가족의 신뢰관계를 백퍼센트로 본다면 인간 관계에서는 마음을 주고 받는 정도에 따라 퍼센트가 달라진다. 선생을 스승으로 생각하지 않는 학생에게 선생이 학생을 제자로 생각하고 잘하라는 요구와 지나친 지적을 하게 되면 왜 힘들게 하냐며 비뚤어지게 된다. 학생이 진정 제자였다면 반대로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다.   

​나도 가장 많은 실수를 하는 것이 이런 것이었다. 회원이 나를 스승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없는데 나는 제자로 생각하고 가르치려고 하는 실수이다. 그는 분명 속으로 '필요없어, 당신이 아니어도 배울곳은 많아!'라고 했을 것이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제자는 스승에게 혼나거나 더 심한 일을 당한다 해도 결코 기분이 나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회원이 발전해서 제자가 되었을때 선생은 좀 더 어렵고 과격해 보이는 고난도 기술을 펼치는 것이 가능해진다. 선생이 부르거나 와달라고 했을때 와도 되고 일이 있으면 안와도 되는 사람은 제자라고 볼 수 없다. 그냥 회원인 것이다. 제자라면 반드시 와야 한다. 그런 제자는 강하게 가르친다. 회원들만 있는 도장에서는 강한 제자를 만들기 어렵다.

 

일본에는 세계본부 지도자를 제외하고 도장을 전문으로 운영하며 생활하는 프로 선생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몇사람 되지 않는다. 거의 모든 선생이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도장은 심신수양 차원에서 운영 되고 있다. 따라서 고단자가 되려고 하면 오랫동안 선생을 모시는 제자로서 배움의 깊이를 청해야 한다. 사범은 스승을 말한다. 관장은 투자자일뿐 스승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제자가 스승이 되었을때 위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변하지 않는 가르침이 존재하게 된다. 그래서 무도(武道)는 옛 것을 가르친다고 한다. 제자가 아닌 회원이 기술을 익혀서 도장을 차리게 된다면 흥미를 유발하는 재주와 마케팅만 넘치게 된다. 스승과 제자는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식구(食口)다. 회원과 식사할 때는 체면을 생각하지만 제자와 식사할 때는 식구와 같은 편함이 있다.

나는 세계본부에 한국지부로서 조직간의 신뢰를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런 신뢰만으로 승단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승으로 모시는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에게 제자의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선생을 초청하거나 도장을 찾아 훈련하는 등 변하지 않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내가 못가면 아들을 보내고 제자들을 대신 보내서라도 배움을 청한다.

 

나는 한국에서 스승을 만나지 못해서 일본까지 갔다. 거의 30년 동안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하며 가르침을 받았다. 처음 대할때 동네 아저씨 같은 친절함은 날이 갈 수록 무섭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처음 기술을 배울 때는 어렵지 않다는 생각에 금방 다 배울 것 같은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선생처럼만 할 수 있으면 원이 없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인간이 가진 마지막 자유는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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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s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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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오승도장장 2017.05.27 15:54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는것이다..
    올바른 방향과 방법을 제시해 주시는 글 같습니다.
    가르침 고맙습니다..
    마지막 자유를 올바르게 행 할수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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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환 2017.05.28 00:16
    전일본연무대회 마쳤습니다. 염려해주신 덕분에 다행히 다치지 않고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일본에서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그 뜻이 더 무겁게 느껴집니다.
    내일 일정까지 잘 마치고 귀국할 수 있도록 주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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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M 2017.05.28 09:52
    일본에서 올려 놓은 영상으로 보았네, 수고가 많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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