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심사를 준비하며 (상무도장 류성훈)

by 류성훈 on Sep 0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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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부족함을 위하여



  태어나 성인 이전의 모든 삶을 부산에서 살았고, 더 튼튼해지기 위해, 사춘기때 삐뚤어지지 않기 위해 나는 도장을 다니며 학창시절의 모두를 보냈다. 특별히 무도가 좋아서이거나 소질이 있어서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몸도 마음도 소심하고 나약했다. 그 때만 해도 정보가 지금처럼 열려 있지도 않았고, 눈앞에 있는 것만이 진실인 것 같던 시대였다. 더군다나 나는 중1이었고 눈앞에 있던 도장은 검도장이었으니, 검도만 알던 미성년의 세월이었다. 오래전부터 무도를 해 오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무도가 서비스업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당시 도장 관장님의 말씀들은 마치 법과도 같았다. 좋은 분위기에서도, 공포 분위기에서도 수련해 보았지만 도장이라는 곳의 이미지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나진 않는 듯하다. 세상만큼이나 많이 바뀌었고 바뀌고 있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것도 사실일 것이다.


  대학을 오면서 서울에서 모든 삶을 새로 시작했을 때, 나는 아이키도를 보았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무도를 처음 본 대학 새내기때의 나는 군대 가기 전까지 홀린 듯이 그곳을 다녔다. 그러다 제대 후 너무나도 바뀐 여러 가지 상황들 때문에 도장을 다닐 수 없게 되었었다. 몇 년이 지나 나는 석사과정에 입학했고, 대학 조교를 하면서 마음에, 그리고 주머니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그때 우리 학교 앞에 그 귀한 아이키도 도장이 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앞뒤없이 무조건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5년여 만에 포기했던 아이키도를 다시 시작했고 그 이후 10년이 흘렀다.


그 시간동안 나는 공부를 더 했고 글을 계속 썼고, 새내기 작가가 되었고 몇 군데 강의를 했고 결국 박사학위를 받았고 취직을 했다. 그 10년이라는 별로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것이 변했고 스쳐지나갔고 다가왔다 멀어졌다. 변치 않는 것은 내 전공인 문학과 아이키도, 둘 뿐이었다. 내가 살아온 방식이 늘 그랬듯, 그리 일찍도, 너무 늦게도 아닌 듯 아이키도 3단 승단을 앞두고 있다.

 

  나는 작년까지 논문을 쓰면서 한국 현대문학사의 큰 획을 그었던 어느 시인에 대해 연구했었다. 그 주된 연구 맥락은 ‘자유 지향성’이었다. 비록 조잡한 연구지만 그것을 쓴 덕에 많은 생각을 했는데, 내가 지금까지 공부하기로 사람에게 있어 ‘자유’의 개념이란 이랬다. 일단 그것은 ‘쟁취’되는 게 아니며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다만 ‘자유’ 그 자체를 위해 우리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부대낄 때, 그 행위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때, 그 연속성을 진정한 자유라고 형용하는 것이다. 내가 연구했던 그 시인은 6.25와 4.19와 5.18을 모두 겪으며 자유를 그런 개념으로 보았던 것 같다. 이는 그가 영향을 받았던 1950년대 이후 실존주의가 가진 주된 맥락이기도 했다. 즉, 우리는 자유라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지향성을 가져야 하며 그것이 연속될 때만이 자유에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그럼 이것은 무도에 있어서라면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했다.


  일본에서 오신 고명한 아이키도 선생님들의 강습회에서 늘 지겹도록 공통적으로 듣던 말이 있다. ‘저는 아직도 부족합니다.’ 라는 말이 그것이다. 최근 나는 이것이 자유의 지향성과 같은 맥락선상에 있다고 보았다. 위 실존적 맥락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어차피 평생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지향하고 노력할 뿐이다. 예로부터 어떤 가치가 이런 진정한 자유로의 노력의 맥락에 있는가에 대한 여부를 따졌을 때 심미적이든 논증적이든 정말 그러하다고 판단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숭고’하다고 표현해왔다. 그것은 우리가 완벽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이고, 그러므로 그냥 존재하는 우리는 본디 ‘부족’하다는 뜻이 된다. 이 말은 ‘저는 아직 부족합니다’는 그냥 그분들이 이해한 진리의 어떤 모습에 다름이 없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는 ‘부족’으로써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실 겸손이 아니며, 자만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당연한 진실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가르쳐주고 있을 뿐이다. ‘부족함. 그것은 끝없이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니 받아들이세요.’라는 말 같달까? 나는 지금도 그분들의 말씀을 곱씹어보면 옛날과 지금이 다른 맥락으로 들린다.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각으로 똑같이 말해주었을 텐데 말이다. 이런 건 스승을 모시지 않는다면 알기 참 어려운 가치일 것이다.


아직은 기술이 유치하고 깊이도 없으나, 내 부족한 배움이 터무니없지 않다면 최소한 어떤 무도보다도 가장 인간의 몸을 자유에 가깝게 표현하는 무도가 아이키도인 것 같다. 보법이 있으나 보법에 얽매이지 않고, 교(가르침을 위한 형)이 있으나 수준이 붙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배우고 보고 느끼기 때문이다. 예부터 수도를 하는 사람들이 수많은 수행법을 연마해 왔지만 모두 궁극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방법이었으니, 그것은 완전한 ‘자유’와 이음동의어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키도는 좋은 수행법이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것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어오고 있지만, 요즘의 내게는 특히 ‘부족함’에 대해 가르쳐주고 있다. 예전엔 너무 어려워서 나의 부족함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었다면, 지금은 그 부족함을 그냥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부족하고, 그 당연한 부족함이 부끄럽지 않다. 내일은 오늘보다 덜 부족하기 위해 다만 계속할 뿐이다.


수련을 하면서 예전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실수를 하거나 겸손이 지나치면 자기보다 수위가 낮은 줄 알고 은근슬쩍 비웃는 회원분들이 있었다. 또한 ‘너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식으로 우격다짐으로 서로를 시험하는 분들도 있었다. 가만히 있기도 민망하고 부딪힐 수도 없는 일. 상대도 나도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었다. 아무도 밉지도 않고 원망되지도 않는다. ‘우선 내가 부족해서’임을 어느 때보다도 구체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에서 확인해 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아이키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 모두가 옳거나 잘 맞을 수는 없다. 이번 기회가 한 단계 더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면, 나는 그런 미완성 속에서도 더 부족한 나를 돌아보는 데 시간을 더 할애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부족’하고 그 부족함에 당당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나는 나의 부족함이 다른 분들의 부족함을 존경하고 거기 끊임없이 따라가게 할 생각이다. 10년이 훌쩍 넘어서야 부족함의 정체에 대해 돌아 생각해본 스스로가 비웃음 나도록 부끄럽다. 평생 그렇겠지.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키도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윤대현 회장님과 우리도장 김선범 관장님, 그리고 함께 매트를 굴러온 도우들에게 진심으로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감사를 드린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늘 노력과 의리를 다 할 것이다. 숭고할 순 없더라도 최소한 '자유'에 좀 가까워지는 복록은 누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좋은 무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계속 묵묵히 정진하겠습니다.

                                                                                                                                              -상무도장 류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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