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by KAM on May 0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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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함과 단호함은 무도인의 기본 자질이다.> 



주말에 수련하고 있는 北辰一刀流(호쿠신잇토류, 이하 북진일도류)는 언제부터인가 수련 시작 전과 후에 물걸레로 청소를 하고 웃음이 없는 엄숙한 수련을 하기 시작하면서 회원 숫자가 줄어들었다. 도장을 청소하는 것은 수련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지저분한 곳에서 정신을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엄숙한 수련 또한 수련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꼭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분위기가 권위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회원들의 이탈이 생긴다는 점이다. 오래전부터 나는 "무술을 왜 하는 걸까?" 항상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도장의 분위기도 생각의 흐름에 따라 권위적일 때도  탈권위적일 때도 있는 유연한 입장을 취하기 시작했다. 수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두 가지 딜레마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회원을 대하는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

두 가지를 모두 취하기란 어렵다. 마찬가지로 내가 운영하는 도장도 두 가지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분명한 그 무엇을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어제는 북진일도류 6대 종가인 고니시 마도카(小西真円) 선생을 만났다. 종가라는 신분이 전통을 가진 한 유파를 바르게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과 책임감으로 삶이 무거운 짐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도장을 운영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도장이 유지되게 하기 위해 무엇을 노력해야 하는지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에도 시대부터 유명했던 유파이기에 그 명성을 이용하면 돈벌이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국내 대다수의 무술들이 단기 과정을 만들고 사범자격증을 발행하면서 돈벌이에 혈안이 된 것처럼 북진일도류도 그렇게 했다면 아마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좀 더 쉬운 돈벌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명예가 있기 때문이다. 북진일도류 아니 무도가 가지고 있는 명예를 더럽히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무사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예로부터 일본의 무사들은 현대의 사회지도층이라는 자부심으로 살고 있다. 도장은 돈벌이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제자들의 안녕을 책임져 왔다. 바른 삶과 인생의 길(道)을 제시하고 때로는 모든 면에서 실패하지 않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스승의 사명은 제자들의 안녕이다. 칼싸움이 한창이던 옛날에는 밖에서 생명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훈련 시켰다. 평화의 시대인 지금에 와서는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를 망치지 않게 도와주고, 하고 있는 사업이나 일이 실패하지 않도록 조언한다. 예상하지 못하고 펼쳐지는 수많은 상황에 대해서 실패자가 되지 않도록 잘못된 것을 살펴 조언한다.

도장에서 수련을 지도하다 보면 제자의 성격, 습관, 마음의 크기, 태도 등 인간관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면이 낱낱이 나타난다. 마치 점쟁이에게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들춰낸 것처럼 말이다. 훈련 시키고, 조언하며, 지켜보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다. 도장에서의 훈련은 모든 일상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대응과 해결하는 역량을 높인다.

인간관계속에서 나타나는 나쁜 버릇과 습관들이 수련을 통해서 없어지거나 좋은 느낌을 더욱 깊게 발전 시킨다. 건강 때문에 운동한다고 하는 것은 건강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호신술이나 실전을 위해서 배운다고 말하는 것은 미리 외부적인 원인을 만들고 그것을 두려워 하는 것과 같다. 생노병사는 항상 함께 해 왔고 피할 수 없는 것이므로 필요 이상으로 의식할 필요는 없다.

            

명상은 자신을 살피는 것이지만 무술은 타인이 바라보는 나를 살피는 것이다. 훈련하는 것은 부정적인 나의 이미지를 바꿔주는 것이다. 그러한 가르침을 주는 선생이 있고 수양할 수 있는 도장을 깨끗이 청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초심자에게 엄한 것은 잘못 수련을 멀리하게 할 수 있다. 특히 어린아이나 약한 여성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초심자에게는 부드럽게 해주어야 한다. 너무 지나쳐서 당나라 군대가 되지 않게만 조심하면 된다. 가장 엄하게 가르쳐야 하는 시기는 3단부터 5단까지다. 그때는 초심자와 다른 강한 면모를 갖춰야 한다. 물걸레질도 3단 이상의 선배들이 하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기술은 더욱 섬세해 지고 훈련은 강해진다.

스승에 대한 어려움도 그때부터 생긴다. 초심자 때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할 수 있지만 3단부터는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엄한 수련이란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드럽게만 대하는 선생을 마냥 기분 좋은 동네 아저씨로만 생각하던 초단이 선생을 어려워만 하는 3단 선배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웃은 적이 있다.

수련은 즐거워야 하지만 레벨에 따라 엄하게 대하는 스승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4단, 5단의 유단자가 수련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선생을 우습게 알고 있는 것은 그만큼 제자를 엄하게 가르치지 못했다는 증거다. 엄한 수련을 받은 제자의 태도는 일반인과 다르다. 도장이 수입만 생각하게 되면 아이들이나 찾는 놀이터처럼 변하게 되고 자기 마음대로 도장을 휘젓고 다니게 된다.

초심자를 지도할때는 대체로 말을 많이하게 된다. 가르칠게 많아서다. 하지만 레벨이 3단이상이 되면 가르치는 것도 세밀해지고, 어려워지고, 적어진다. 말을 많이 하지 않는것은 그만큼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생이 좀 어려운 얘기를 하고 있거나 모호한 말을 하고 있다면 틀렸다는 것을 어렵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제자는 가린 것 없이 벌거벗듯 거짓없이 선생 앞에 자신을 드러낸다. 화려한 시범으로 잘하는 것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선생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은 자신을 숨기는 것이다. 스승이 도복을 입고 매트에 나서면 제자는 반듯이 매트에 서야 한다. 선생은 위로부터 받은 전통적인 기술을 더욱 발전 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틀리지 않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장은 몸과 마음을 닦는 수양의 장소다.

선생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신의 이미지를 바꾼다. 도장은 수입과 명예 두 가지 딜레마에서 어느 쪽이든 소홀히 하지 못하는 미묘함이 있다. 수입에 매달리면 엄한 수련을 하지 못한다. 즐거움이 없는 엄한 수련도 문제다. 그래서 지도자의 자질이 중요한 것이다.   


단체를 대표하는 본부도장은 모범적인 운영의 본을 보이는 곳이다. 지부는 본부를 따라한다. 단증과 사범자격증을 수익 사업으로 삼으면 지부도 똑같이 할 것이다. 스승으로서 올바른 도장 운영의 실천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합기도 단체는 무수히 많지만 모범적인 방법으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본부도장이 드물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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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숙 2015.05.09 09:41
    좋은글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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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M 2015.05.09 10:55

    소통을 잘하는 희숙이가 좋네. 지도원이 어려워 하니까 회원들까지 경직되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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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오승도장장 2015.05.09 09:48
    글을 읽고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가르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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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M 2015.05.09 10:59
    조금만 더 신경쓰면 앞으로 더 잘 될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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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호 2015.05.09 09:49
    도장을 찾는 발걸음이 즐겁습니다. 돌아나올때는 마음이 묵직합니다.

    재미있고 의미있는 삶의 길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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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_재우시 2015.05.09 11:58
    아... 어렵습니다, 어렵습니다, 미묘합니다... ㅜ.ㅜ
    선생님께서 항상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시면서 제자들을 봐주시는 것을 알게되는만큼 선생님이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좋은 제자, 좋은 후배, 나중에는 좋은 선배가 될 수 있도록 항상 반듯하게 수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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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국 2015.05.10 09:35
    단체를 대표하는 본부도장은 모범적인 운영의 본을 보이는 곳이다
    라는 말씀에 모범이 된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수많은 제자들을 어깨에 지고 계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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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松山™ 2015.05.11 13:30
    오늘도 다시한번 깨우침을 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반성하는 자세로 거울삼아 분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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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형훈 2015.05.11 14:14

    스승앞에 나서지 않는 것은 자신을 숨기는 것이다. 스승이 도복을 입고 매트에 선다면 제자는 반드시 매트에 서야한다. 는 말씀이 가슴에 남습니다. 선생님께서 도장의 매트위에서 지도를 하시 날 보다 제자로서 매트에 발을 딛고 있는 날이 적음을 반성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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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민 2015.05.13 09:54

    오히려 반대로 생각 하고 있었습니다.
    단이 높아 질 수록 더 편해 지는 줄 알았습니다.
    천금같은 말씅에 감사드립니다. 반성하는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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