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묻어 있는 진정한 가치

by KAM on Jul 2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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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무원 준비하는 학생입니다. 가산점이 부족하여 합기도 2단 단증을 취득하고 싶은데 기간과 비용을 알고 싶어서 댓글 남깁니다."


위글은 내 블로그에 비밀 댓글로 올려진 것이다. 이전에도 경찰청 가산점을 받을 수 있게 단증을 단기 취득할 수 있는지 전화 문의를 하길래, "나라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기껏 꼼수나 써서 들어가려고 하는게 말이 되는가?"라며 호통을 친적이 있었다. 청렴해야 할 공무원들이 재산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고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할 판검사들도 뉴스에 올라오는 것을 보면 걱정이 안될 수 없다.


단증을 조회하는 전화가 매일 걸려온다. 자기가 어느 협회, 누구로부터 누가 주는 단증을 받았는지 알지를 못한다. 그냥 합기도 단증을 받았는데 잊어버렸다고 한다. 사실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이 진짜 합기도인지 짝퉁 합기도인지 관심이 없다. 경찰청 가산점만 받을 수 있으면 사이비 단체에서 주는 단증이라고 해도 상관없다는 식이다.


합기도 승단심사를 하는 장면이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을 봤다. 심사 채점을 하기 위해 앉어 있는 심사원들이 모두 양복을 입고 있었다. 양복이 도복보다 무게감이 있다고 생각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잘못된 모습이고 진짜 합기도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평가를 하는 심사위원이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도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도복을 입고 있는 사람을 심사하는 것은 모두 잘못된 행동이다. 심사원들의 나이를 대충 짐작해 봐도 한창 운동할 나이들이다. 일반 투기운동과 다르게 합기도는 은퇴가 없기에 50~60대는 한창 운동할 나이로 본다. 50대는 너무 젊어서 받아주지도 않는 경로당에 가보면 60대는 청년 취급을 받는 곳이 많다.


도복을 벗는 순간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도복을 입지 않은 사람이 도복을 입고 있는 사람의 심사를 보는 것은 아무리 나이가 많다 해도 심사자를 가볍게 여기는 어이가 없는 처사다. 국기원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해서 괜찮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원로들이 먼저 솔선해서 도복을 입는 모습에서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방에 도장들을 방문하다 보면 멋진 글귀가 적힌 표구나 족자를 볼 수 있다. 붓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유명한 서예가가 적은 것이 분명하다. 내 도장에도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글귀가 잘 보이는 곳에 붙어있다. 그 글을 쓴 사람이 꽤 유명한 사람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걸어 놓은 것은 아니다. 글의 뜻이 내가 하고 있는 합기도 상황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아서 벽에 걸어 놓은 것 뿐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의 뜻은 처음에는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여 올바르지 못한 일이 일시적으로 통용되거나 득세할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모든 일은 결국에는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가게 되어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사실 좋은 족자가 있어도 도장에는 걸어 놓치 않고 있다. 도장에 걸려 있는 족자들은 모두 합기도 선생들이 써준 것뿐이다.


도장에 걸려있는 액자나 족자의 글을 살펴보면 育德(육덕)과 一片白雲心(일편백운심)이 있고 글은 다키모토 세이조 선생(합기도 7단)이 선물로 써준 것이다. "武産合氣(무산합기)"는 창시자의 글이고 전면에 붙어있는 "吾勝(오승)"은 우에시바 모리테루 3대 도주가 직접 써서 선물로 준 것이다. 도장에는 합기도를 수준 높게 수련하고 있는 사범 선생들이 써준 글귀가 도장에 맞는 무게감과 가치를 갖는다.


무도와 관련없는 전문 사예가가 멋진 작품의 글을 써서 선물로 준다고 해도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큰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전문가적인 솜씨가 아니라 해도 무도수련의 정도와 깊이가 베어있는 글을 합기도 선생으로 부터 받았을 때 그 기쁨은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느껴진다. 지난주 극구 사양하는 나를 주례로 세운 임창호군의 마음이 그런 것이라 생각된다.


합기도 행사를 준비할 때에도 합기도를 좋아하고 합기도 수련에서 얻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뜻있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 행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행사도 아니고 정치적인 인기나 치적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 자리 자체가 뜻깊은 모임이 되어야 하고 기념도 되어야 한다. 수준있는 선생을 모시고 한 수 기술을 청해 본다. 차 한 잔 나누면서 오가는 대화는 무도를 통한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환갑도 안된 어린 나이에 시합 몇 번 우승한 것 가지고 세상 이치를 다 깨달은 것처럼 설쳐댔던 내 모습에 고개를 떨구게 된다. 격투기 시절에는 누군가 욕을 하면 쫓아가서 승부를 가리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이치에 맞는 방향을 찾고 한번 더 신중해 지는 겸손함을 가지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이젠 나도 나이를 먹어가는게 느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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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까지 도복을 입고 있는 여러분 앞에 설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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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오승도장장 2016.07.24 04:38
    예전에 스무살이 막 넘은 어린 학생들이 찾아와 여기서 받는 단증은 공무원 시험등에서 인정을 해주느냐? 라는 질문에 단증은 존경하는 선생으로부터 내려 받는것이지 그런 시험을 위해 받는것이 아니다라는 답을 해준적이 있었습니다.
    단증이란는 것을 취업등에 하나의 점수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쉬웠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본이되려 노력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갈 수 있는 그리고 걸어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됩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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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선생 2016.07.25 00:07
    "단을 땄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단을 허가 받았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선생님 글이 다시 기억납니다. 정말 지금의 우리 사회가 얼마나 천박?한 가치에 매달리고 있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글, 감사드립니다.

    p.s. 이번 달 들어서 여름방학이라 예정에 없던 오전 스케쥴이 너무 많아서 수련에 자주 참석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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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대건 2016.07.25 12:56
    "도장에 인사하러 오는것도 좋지만, 와서 도복을 입고 운동하고 가는게 더 나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 평생 도복을 입고 선생님을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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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림 2016.07.25 16:30
    춘천클럽도 간혹 경찰시험관련 단증문의를 받습니다.
    대부분은 합기도에 관심이 있어서 연락을 한 것이 아니라 단증만 필요했던 겁니다.
    우리는 경찰가산점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하고 안내를 해 드리면서도 내심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 알겠습니다.

    다음에 또 그런 요청이 오면 저도 호통을 치려구요.^^;;

    사필귀정이야말로 제가 선생님과 우리 협회를 보며 항상 느끼는 구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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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국 2016.08.02 20:51

    선생님 아직 합기도를 통한 삶의 깊이를 느끼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정통하고 바른 합기도를 좋은 선생님께 제대로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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