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무도인가?

by KAM on Feb 0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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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8월 한일친선 수련으로 통산성 변호인단 야마구치 킨야 판사(7단)와 검사들이 줄줄 땀을 흘리며 함께 수련하고 갔다, 그들은 연무대회에서도 열외없이 다른 회원들과 똑같이 양복이 아닌 도복을 입고 참가한다.>


“생각없이 따라했다”


나는 체육관 관장의 아들로 태어나서 거의 평생을 도장에서 자라왔다. 어렸을 때는 아무 생각없이 형들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죽을 힘을 다해서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체육 과목만은 수였다. 좀 늦은 나이에 대학에 갔는데 도장에서 매일 하는 운동을 학교에서까지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부동산학과를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처음 일본에 갔을때 도장이 나이많은 성인들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더 놀랐던 것은 한국에서 전혀 보고 느낄 수 없었던 대회장 모습이다. 나이 많은 성인들이 스스럼없이 나와서 자신의 실력을 과장된 퍼포먼스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과거 점잖은 양반들은 구경하고 아랫것들이 보여주었던 광대놀음 같은 모습만 보아왔던 나로서는 위아래 구분없이 모두가 참여하는 광경이 신기해 보였다.


"너무 가볍다"


무술시범을 보면 너무 가볍다라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한 편의 무협 영화를 보는듯 허공을 가로지르며 현란한 발차기로 송판을 깨고 있다. 그런 것을 보고 다 큰 성인이 나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언제 부턴가 단도를 가지고 혹은 작대기로 칼싸움처럼 휘두르는 것을 보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난도질을 하면서 그것으로 우쭐대는 것이 놀랍다. 칼로 상대를 죽여야 한다면 단칼에 베어 주어야 한다.


“칼을 든 사람의 숙명, 일격필살”


전투에서 패한 적장이 할복을 할 때, 그에 대한 최대한 존중으로 레벨이 맞는 무사가 최소한의 고통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일격으로 배려하였다. 타인의 몸을 난도질 하며 으시대는 것이 과연 인간이 해야할 행동인지? 일본에서 시합에 출전 했을때 '일격필살'이라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는 단순히 강한 파워로 한방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단련대를 만들어 주먹을 단련했고 발차기를 해도 한방에 쓰러뜨리려 노렸했다. 하지만 ‘일격필살’은 단순한 파워와 스피드, 기술에 국한된 의미가 아님을 세월이 흘러가면서 알게되었다.


그런 일격필살의 현대적 의미는 고도의 집중을 의미한다. 이른바 '심신통일' ‘심신일여(心身一如)’의 경지다. 거합의 발도가 궁극의 단계에 이르면 상대는 고통없이 떠난다고 한다. 현란하게 여러 장의 송판을 격파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송판을 깨기위해 힘의 안배가 있어야 한다. 이는 되려 다수를 상대로한 대결에서 힘의 안배와 집중을 하는데 실수를 범하게 되는 나쁜 습관이 자리잡을 수 있다. 일격에 최선을 다하고 빠르게 회복해서 다음의 일격을 뿜어내는 준비를 해야한다.


두 명을 동시에 쓰러뜨리기 위해 가위차기로 발을 벌려서 차는 순간 힘은 반반으로 나뉘어진다. 즉 가벼운 송판이라면 파편이 멋지게 하늘을 장식하겠지만, 일반적인 타격 시합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일당백(一當百)은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지 힘이 조금이라도 분산되거나 집중하지 못한다면 어림없는 소리다.


퍼포먼스가 구경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라면 그 정도의 가치는 있다. 만약 내가, 절대 함께 하거나 나서지 않는 양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무술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아무리 멋있다고 해도 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연기를 배워서 배우로 출세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 훨씬 낳을지 모른다. 내가 일본에서 보았던 모습이 그런 것이었다.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모습은 유럽에서도 똑같았다.


“모두가 함께하는 무도를 지향”


무술대회 행사를 가서 보면 양복입은 양반들이 앞 좌석에 점잖게 앉아 있다. 오직 구경거리를 위해 모여 있는 것이다. 올림픽 경기를 보기위해 스타디움에 모인 사람들과는 다르다. 적어도 올림픽 경기는 거짓된 그리고 과장된 퍼포먼스는 없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선수의 보이지 않는 노력에 대해 인정을 표시하는 것이다. 시범은 과장된 퍼포먼스 일색이고 나이 어린 학생들 싸움 붙여 놓고 누가 이기는지 구경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주먹 한번 뻗을 때 마다 집중의 의미를 놓치지 않아야 하고, 한 번 휘두르는 검일지라도 오체투지를 하는 수행자처럼 모든 정성을 다해야 한다. 땀이 흐르는 육체의 힘듦에 긴장은 사라지고 얼굴에는 고요한 평온이 흐른다. 그것이 무도다. 몸과 마음을 통일시키는 집중은 잠깐의 흉내로는 따를 수 없는 경지다. 나는 어려서 부터 무술을 했지만 누구에게도 조화로운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을 배우지 못했다.  


무도는 구경거리를 위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것도 아니며. 단순히 강해지기 위한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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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포청파엄창식 2019.02.13 15:09
    오랜 세월을 "무엇이 무도인가?" 고민하며 경험하신 일들에 경외감과 감사를 드립니다.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선생님의 글로나마 느낄 수 있어 새삼 스승이 옆에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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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기사 2019.03.02 04:22
    누구나 기본 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의 본태를 보고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은 합기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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