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승단 후기(이창희)

by 춘산 on Jan 13,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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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 승단 후기

초심도장 이 창 희

 

 

  승단을 허락하신 윤대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합기도에 입문한 후, 유연성이 떨어지는 나이에 수신을 따라하고 낯선 예법을 배우고 입신, 전환, 회전이라는 특이한 보법을 익히고 검술, 장술, 단도 처리 기술들을 배운 지, 바람이 한번 휭~ 분 것 같은데 어느덧 1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세월이 흘러간 만큼 상대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감각이 민첩해야 하는데, 합기도에 입문하면 처음 배운다는 1교 기술은 여전히 미숙하기만 합니다. 이 때문에 대한합기도회의 행동규범 10조목 중, “평생 합기도 탐구에 매진한다.”는 규범을 좋아합니다. 이 규범은 1교 기술은 평생 탐구하라는 의미로 저 자신을 위로하고 지도하는 메시지로 나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양파의 시배지로 알려진 창녕이고, 직장은 대구에 있습니다. 창녕과 대구 시내 사이에는 현풍이라는 소읍이 있습니다. 현풍(옛 지명 포산)은 현풍곽씨가 본향으로 삼는 지역입니다. 조선 유학자 김굉필 선생이 성장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또한 비슬산(포산)은 삼국유사의 일연선사께서 37년간 주석하신 도량입니다. 하여 출근을 하거나 합기도 수련을 마치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서로운 기운이 비슬산(포산)에 드리울라치면, 행여 문무를 겸비했던 곽재우 장군의 비장한 창의의 말발굽 소리가 바람에 휭~ 들리지는 않을까 차창을 열고 잠시 귀 기울여보기도 한답니다.

 

  비슬산의 호방한 바윗돌 기운이 서쪽에서 굽이굽이 버드나무처럼 흐르는 낙동강을 만나 에둘러 흘러갈 채비를 꾸리는 지점에,  <도동서원>이 세월을 잊은 듯 낙동강에 발목을 적시며 풍경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가을 햇살 아래 한 그루의 은행나무가 연출하는 황금물결은 이 서원의 정점을 이룹니다.

 

  이 서원은 주지하다시피 선조 임금의 사액 서원이고,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모시고 있습니다. 한훤당은 <소학>을 중요시했고평생 수불석권한 책이 바로 <소학>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당신 스스로 소학 동자로 칭했다고 합니다. <소학>이라는 책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천자문을 떼고 나면 배우는 아동용 수신서입니다. 성리학에 정통한 한훤당께서 왜 성리학의 입문서를 끼고 사셨는지 그 깊은 뜻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왕조시대에 왕명보다도 천명과 원칙을 중시했던 조광조 선생의 실천 성리학을 통해서 후인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조선 선비의 비장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 성리학의 도통 계보는 알려진 대로, 포은 정몽주에서 비롯됩니다. 정몽주 선생은 야은 길재를 가르쳤으며, 길재 선생은 강호 김숙자를 가르쳤으며, 김숙자 선생은 그 아들 점필재 김종직에게 성리학을 전수했습니다. 김종직 선생은 한훤당 김굉필을 가르쳤고, 김굉필 선생은 사림의 거두 정암 조광조를 가르쳤습니다.

 

  조선이 일찍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에 망해서 그런지 조선과 함께 조선의 건국이념이었던 성리학을 한꺼번에 매도하는 언급을 가끔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천 성리학자들의 시대적 성찰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닙니다. 비장미가 느껴집니다. ‘헬조선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언어 표현은 마치 도사 앞에 요령을 흔드는 조선에 대한 무례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시국이 어지럽습니다. 조선왕조보다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때 세상을 오래 경험하신 분들이 혜안을 내려주거나 모범을 보여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한국 근대가 아버지의 부재 사회였다면,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부재 사회 같습니다. 조선의 깐깐한 선비 어르신들이 더욱 그립습니다.

 

  합기도는 노년의 품격을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경로당에서 바둑을 두고 화투를 치고 자치센터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사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도장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땀을 흘리며 무도의 세월을 보내는 것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노년의 가치를 더욱더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장미는 이상이나 높은 뜻이 뻔히 좌절될 줄 알면서도 운명의 세계와 결코 타협하지 않고 그것을 실천하는 행동에서 느껴지는 내적 전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죽교에서 운명과 타협하지 않은 포은 정몽주 선생의 실천적 행동에서 고려 충신의 비장미가 느껴집니다. 이 때문에 성리학 이론에 밝았던 다른 성리학자들을 뒤로하고 포은 선생이 조선 성리학의 시조로 정해진 것입니다.

 

  노인들이 합기도를 수련하는 것을 보면 비장미가 느껴집니다. 육신을 단련하고 정신을 수양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죽음을 조롱하는 행위입니다. 죽음의 운명 앞에 개의치 않고 합기도를 의연하게 수련하는 노인들을 볼 때면 빈부귀천을 떠나 노년의 품격과 비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합이 없는 합기도는 평생 즐길 수 있는 오승의 무도라고 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뛰어난 신경세포를 갖고 있는 인물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합기도 수련에서 다른 사람보다 성장이 느리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시합의 대상은 동료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 이기 때문입니다.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촌철살인의 말이기도 한, 근묵자흑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운동신경이 둔한 사람이나 연약하다고 생각하는 여성들도 꾸준히 합기도를 수련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합기도의 창시자께서 의도하신 일정 수준 이상의 합기도 인으로 성장하리라고 봅니다.

 

  합기도는 근대 이전에 형성된 무술을 기반으로 천재적인 무술가 우에시바 모리헤이 큰선생께서 정립하시고 창시한 일본 현대무술입니다. 대한합기도회의 계보는, 우에시바 모리헤이 큰선생께서 고바야시 야스오를 가르쳤고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께서는 윤대현 선생님을 가르쳤습니다. 합기도의 계보가 뚜렷하기 때문에 합기도의 정신과 기술 체계가 끊어지지 않고 강물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합기도회의 자부심입니다.

 

  막상 3단에 승단했다고 하나 아직 기본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낍니다. 감히 한훤당 선생을 흉내 낼 수준이 아니지만, 저도 일교 동자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까지 한결같이 지도해주신 초심도장의 전용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함께해주신 선배님들과 후배님들께도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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